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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내기 골프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 월간골프
  • 등록 2020-06-01 14:33:54
  • 수정 2020-06-01 14: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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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내기에 대한 공식기록은 5백 년 전에 존재했었다. 15세기 말 스코틀랜드의 왕세자였던 제임스 4세는 골프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절대 그냥 골프를 치지 않았다. 단 한 푼이라도 내기가 걸려야했다. 

   

하지만 그는 골프를 드러내놓고 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선대왕인 할아버지 제임스 2세가 골프금지령을 내렸고, 아버지 3세가 대를 이어 지켜왔기 때문이었다.

   

중세의 유일한 낙이었던 골프를 못 치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선대왕들과는 달리 제임스 4세는 골프가 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귀족들이 몰래 치는 골프를 보며 하찮은 것으로 골프 스윙을 무시했다. 

   

왕위에 오른 지 3년 째 되던 1491년 어느 날 그는 귀족들하고 내기를 했다. 어깨너머로 배운 스윙으로 그는 옆에 서있던 캐디에게 드라이버를 달라고 했다. 어드레스 자세를 한 그는 멋진 자세로 힐끔 전방을 주시한 뒤, 있는 힘을 다해 휘둘렀다. 

   

아뿔싸. 볼은 30야드 앞에 굴러 처박혔다. 무안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그는 다시 한 번 힘껏 스윙을 해보았다. 첫 번째보다 조금 멀리 나갔지만 역시 50야드 안쪽이었다. 함께 내기를 한 귀족들은 웃지도 못하고 죽을 맛이었다.


   

왕이 듣기로는 드라이버를 치면 평균 1백 50야드 이상은 족히 나간다고 했다. 은근히 화가 난 그는 골프채를 던져버리고 “귀족들에게 내기에서 진 돈을 지불하라.”고 시중들에게 말하고는 머쓱해서 궁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스코틀랜드 왕실 문서에는 ‘제임스 4세가 내기 골프를 쳤고, 승부에서 진 뒤 3실링을 왕실 국고에서 지불했다’라고 공식적으로 기록되어져 있다. 훗날 그는 작심한 듯 에딘버러의 골프장에서 한 달 내내 골프만 쳤다는 기록도 있을 만큼 내기와 골프를 무던히도 좋아했던 것으로 전해져오고 있다. 

   

그는 활을 만드는 장인에게 골프채를 주문하곤 했다. 당시 골프채를 만드는 전문가는 따로 없었지만 활을 만드는 장인들은 물푸레나무같은 재료를 가지고 골프채를 만들곤 했다. 

   

스코틀랜드 왕실 문헌에는 ‘제임스 4세가 퍼스(PERTH)지역에서 활을 만드는 장인에게 클럽 세트를 주문하고 14실링을 지불했다.’고 기술되어 있다.

   

502년 제임스4세는 내기와 골프를 즐기기 위해 스스로 골프금지령을 해제시켜 버렸다. 금지령이 풀리면서 골프는 일반 대중 뿐 아니라 왕과 귀족들, 교회의 주교들까지 즐기는 놀이가 됐다. 

   


귀족들은 큰 액수의 돈으로 내기를 거는 경우가 많았고, 일반인들은 빵이나 작은 물건을 걸기도 했다. 내기골프는 스코틀랜드 전체에서 성행됐다. 

   

정작 제임스 4세 자신은 그러나 금지령을 풀고 불과 10년 밖에 골프를 치지 못했다. 11년만에 잉글랜드와의 평화 협정이 깨지면서 군사를 이끌고 참전한 플로딘 전투에서 그는 전사했기 때문이었다. 

   

광적일 정도로 골프를 사랑했던 제임스 4세는 골프의 역사에 있어서는 골프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지대한 공을 세운 왕이었던 동시에 현대인들이 내기를 걸고 골프를 칠 수 있는 명분에 어느 정도는 보탬을 준 인물이었다.

   

제임스 4세의 손녀인 메리 여왕 역시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아 내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 여성 골퍼였다. 메리는 시녀들과 내기를 걸고 골프를 곧 잘 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1561년 여왕은 시중을 드는 여집사장인 세톤에게 ‘좋은 날씨여서 지난주에 잃었던 돈을 도로 찾고 싶다.”면서 필드에 나갈 준비를 시켰다. 

   

비슷한 실력의 두 사람은 늘 내기골프를 했고 글래스고 골프장에서 벌어진 이날의 내기에서 진 여왕은 세톤에게 걸고 있던 금목걸이를 대가로 지불했다.


   

19세기 중엽의 스코틀랜드 골프는 돈을 걸고 상대방에게 이길 때까지 치는 매치플레이가 성행했다. 귀족들은 최고의 프로골퍼들을 골라 돈을 걸고 2인1조의 시합을 벌였다. 갤러리들은 돈을 배팅하고 우승확률을 점치느라 난리들이었다. 

   

알렌 로버트슨과 톰 모리스, 윌리 팍과 윌리 던 등 이른바 내기 4인방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고, 이 중 저격수로 이름난 알렌은 내기 골프에 제격이었다. 단 한 차례도 돈이 안 걸린 경기는 하지 않았으며 상대방에게 돈을 내준 적도 없었고 진적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러 못 치는 척 하면서 배팅을 두 배 이상 올려 돈을 따는 수준이었다. 그 때부터 영국의 도 박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들은 알렌의 상대를 찾느라 바쁘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진다.

   

수백 년 간 성행했던 내기 골프는 프로골퍼를 배출했고, 오늘날의 프로들은 어마어마한 상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글/이인세 골프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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