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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화 프로가 만난 사람 - 정슬아 프로
  • 월간골프
  • 등록 2020-02-17 1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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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나를 가꾸고 준비하며 멋진 삶을 살고 싶어요!”

   

- 정슬아 프로

  

 

사소한 것에서 오는 즐거움에서부터 대가의 작품을 보았을 때 느끼는 경외감까지 행복의 스펙트럼은 심도와 범위가 매우 넓다. 

   

지난 경기에서 우승컵 안고 감격의 눈물을 쏟으며 인터뷰를 했던 나는 누구였던 것인가? 

   

왜 지금 나는 절망의 눈물을 쏟고 있을까? 스스로가 부정하고 싶었던 기억이다. 


마음의 방황이 나를 지배했던 힘든 순간이었다. 물론 지금은 행복하지만….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서 힘들었던 과거의 일을 ‘행복’으로 승화시켰다. 

   

초등학교 때 골프를 시작하고, 26세에 2부 투어에서 첫 우승을 했으니까 3년 전의 일이다. 

나에겐 우승이 평생 목표였고 우승만 하면 신천지가 나에게 열릴 것 같았다. 


우승만 하면 모든 게 끝… 

   

그러나 우승은 잠시 나에게 왔다 간 행운이었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 128등을 했다. 이는 나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 이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생겼다. “Who am I?” 실력은 프로였지만 마음은 프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몸과 정신이 모두 프로인 선수로 거듭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정슬아 프로는 1등과 꼴등의 차이를 생각하며 정리를 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을 얻게 되었다. 목표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곳을 향해 갈 것인가 하는 방향 설정도 중요하다. 

   

그동안 가정이나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강요한 1등, 우리는 1등이란 단어를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수치보다 가치, 성공보다 성장으로서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17년 만에 우승을 한 정슬아 프로는 1등과 128등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가 미국 LPGA 가서 우승했다거나 승승장구했다면 아마 지금 저의 모습은 없을 것입니다. 골프만 잘하면 된다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겠지요. 그동안 “내가 짱이다” 하며 살아온 저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내 세계에 빠져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려 줄 여유가 없었죠. 상대의 단점만 끄집어내면서 저 자신은 부족한 게 없다는 생각과 그냥 나만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오만한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저는 제일 가까운 가족한테 무례했습니다. 가족이니까 무조건 이해해 주길 바란 거죠. “

 

사랑은 무례해서는 안 되고 사랑은 자리에 유익을 구하지 않는구나. 성경을 공부하면서 사랑의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되었다는 정슬아 프로. 

   

‘성경 말씀대로 살아가면 불행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조심하게 되었고 알고 있음에도 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란 점도 유의하게 되었다. 공부란 자연탐구를 통해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해나가는 것 같다. 

   

이기화 프로(이하 이): 필드에서 인생을 배우고 긴장, 압박감, 성취감이 가득한 시합에서는 인내심을 배우셨군요. 

   

정슬아 프로(이하 정): 골프 기록은 늘 부딪치는 즐거운 고행이었다는 것. 시간이 흐를수록 제 가슴에 다가와요. 성경은 저에게 지혜를 주는 삶의 지침서입니다. 

   

이: 정 프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정: 저요? 저는 착한데 지랄 맞아요.… 

   

이: 하 – 하 너무 솔직 담백하고 열정이 가득해요. 

   

정: 저는 끊고 맺음, 포기 모두 빨리 결정하는 편이에요. 

   

이: 포기하는 자만이 새로운 도전을 할 기회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정: 네, 호기심도 많고 새로운 것에 흥미가 많습니다. 

   

이: 그러니까 늘 새로운 배움을 추구하잖아요. 결혼 계획은? 

   

정: 어렵죠. 친구 관계도 어려운데 평생 함께 동고동락해야 할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저 자신이 아직 상대를 존중하고 사랑할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이: 훗날 배우자를 만난다면? 

   

정: 한 때는 드라마 속에 나오는 연애 장면과 같은 환상 속에 꽉 차 있었어요. 그러나 가까이서 저희 부모님만 봐도 결혼 생활이라는 현실은 환상과는 다르더라고요. 

   

이: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보듬어줄 줄 아는 심성이 좋은 사람 어때요? 

   

정: 선배님. 저는 배울 게 많은 어른을 좋아합니다. 

   

이: 어른들은 인생스토리가 많으니까요. 

   

정: 실패와 좌절의 숲을 헤쳐 나가며 성공으로 끌어낸 굴곡을 심하게 겪은 사람일수록 매력적인 것 같아요. 인생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선배님과의 만남도 행복합니다. 저도 훗날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내 스토리를 들려주며 용기를 북돋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우승한 바로 다음에 대회를 아주 말아먹다는 이야기, 그것도 꼴지, 참 흔하지 않은 이야기죠. 

   

정: 언젠가는 최고도 깨지고 최대도 깨진다는 거죠. 초심으로 돌아가는 거죠. 초심은 항상 겸손하니까요.

   

이: 술은 좋아하시나요? 

   

정: 예전에는 잘 마셨는데요. 술로 만난 사람들은 술이 없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잘 만나지질 않아요. 

술은 나약한 사람들에게 잠깐의 위안 될 수는 있지만 그 시간 이후로는 ‘삭제’입니다. 뒤돌아보면 허하죠. 또한 생각이 흐려지는 것이 어느 순간 기분이 나빠지더군요. 

   

이: 와 – 우 정슬아 프로 너무 재미있어요. 나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 내세요. 

   

정: 선배님이 많이 사주신다면 고려해 보겠습니다. 

“나 때는 그랬었어”가 아니라 “그랬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제가 광고 많이 해야죠. 그럼 시합이 없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세요? 취미 생활이 있으세요? 

   

정: 친구들과 수다 떨기, 맛집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 먹는 것 좋아해요. 또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탁구나 볼링으로 스트레스를 풉니다. 

   


이: 일반 레슨도 하시는 것 같은데 생활의 일부분인가요? 

   

정: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서 레슨 한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죠. 

   

이: 돈을 내면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과 달리 우리 레슨가들은 사회생활을 통해서 돈도 벌고 배움도 얻을 수 있어 선택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저 또한 동감입니다. 저는 기술을 전해 줄 뿐인데, 다방면으로 폭넓은 인간관계를 통해 사회성을 배우게 되니까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귀하게 느껴져요. 

   

이: 늘 배움을 추구하는 것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시는 것 같아요. 

   

정: 시시하게 사는 것보다 멋지게 살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항상 나를 가꾸고 준비시켜 놓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이: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정 프로에게 골프란 무엇인가요? 

   

정: 골프는 될 듯 안 될 듯 하는 게 재미있어요.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있어서 매력적이죠. 골프를 진정으로 재미있게 친지는 몇 년 안 되었어요. 요즘 골프가 친근하게 마음에 다가와요. 그러다 보니 압박감, 두려움이 자연스럽게 사라져 마음 편하게 골프를 하고 있습니다. 

   

이: 필드에서는 골프에 몰두하고 필드에서 내려오면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찾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슬아 프로는 “견해가 바르고 지혜롭다. 바르게 바라보고 바르게 말하며 바르게 행동”하는 어린 후배와의 대화는 온종일 이어져도 경쾌하고 흥미진지하다. 슬럼프는 꼭대기에 올라 간 사람이 겪는 외로움이다. 난관을 헤치고 자기 개발에 집중하는 정슬아 프로가 대견스럽다. 솔직함으로 지난날의 단점과 모자람을 인정하는 태도가 가장 강력한 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 정: 행복은 소소한 데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부모님, 친구들 또 나를 아껴주는 모든 사람에게 항상 감사해요.





  1. - 글/이기화 프로 -정리/김정은 기자


      • 이기화 프로


        - 전 KLPGA 부회장, 교육위원

        - 2002 KLPGA 선정 올해의 지도자상 수상

        - 1988 KLPGA 43번째 프로골퍼 데뷔

        - 제이에스온 골프사업단장

        - 이기화 골프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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